일단 교리적인 차원에서는 닮은 것이 없습니다. 가톨릭은 유일신교인데 비해 불교는... 엄밀히 말해서 신이 없는 고등 철학이거든요. 세상의 어느 종교가 신이라 믿는 존재를 만나면 그 존재를 죽이라고 가르치겠습니까? 이른바 살불살조(殺佛殺祖)라고 당나라 시절의 대선사인 '임제의현'의 법어인데 물론 그 실제 뜻은 정말로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라는 게 아니라 그만큼 부처나 조사라는 이름과 그 가르침에 매이지 말고 자신만의 깨달음을 추구하라는 얘기지만, 이게 바로 역설적이게도 불교가 종교라기 보다는 매우 높은 수준의 철학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신이 있는 종교에서는 신의 가르침은 절대적입니다. 인간적인 노력을 통해서 그것을 뛰어넘는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실제로 가톨릭을 비롯한 그리스도교도 그렇게 가르칩니다. 그러나 불교는 반대죠. 그러므로 교리 즉, 종교적 가르침에 있어서는 닮은 점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겉으로 드러나보이는 것에서 비슷한 것이 있다는 얘기가 되는데.... 뭘 이야기하시는 걸까요?
사제나 수도자들이 혼인하지 않는 것이 불교의 승려와 비슷하다는 뜻일까요? 수도자들이 수도를 위해 혼인하지 않고 금욕을 실천하는 것은 동서고금에서 흔한 일이었고 지금도 흔한 일입니다. 가톨릭의 수도자들(수사, 수녀)이나 불교의 승려들(비구, 비구니) 모두 수도자들이기 때문에 세속과 거리를 두고 금욕하면서 종교의 진리를 추구하는 삶을 산다는 면에서는 다소 비슷하게 보일 수 있다고 쳐도, 그 삶의 모습도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서로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면, 결국 교리가 다르니까요.